쉽고 대량으로 구할 수 있는 물질로 초복잡 화합물 합성
수프라니딘 B, 세계 최초로 합성
(내외방송=정지원 기자) 막걸리 재료인 누룩산과 식물 추출물로 난치성 신경질환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화제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는 "한순규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국내에서 자생하는 '광대싸리'에 극미량 존재하는 고부가가치 천연물을 생체모방 전략을 통해 쉽게 얻을 수 있는 물질과 간단하게 합성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최근 밝혔다.
광대싸리는 한국과 일본, 타이완 등에 서식하며 산기슭 중턱이나 볕이 잘 드는 강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다.
광대싸리는 약용식물로 분류되며 항암이나 신경돌기 성장을 촉진하는 등 다양한 약리 활성 효과를 띠는 '세큐리네가 알칼로이드(이하 세큐리네가)'를 얻을 수 있다.
세큐리네가는 100여종이 존재하며 그 중 초복잡(매우 복잡한) 화합물 합성은 난제로 여겨졌다.
특히, '수프라니딘 B'는 퇴행성 신경질환이나 신경 절단 등 난치성 신경질환 치료제로 기대되는 물질이지만 광대싸리 1kg 당 추출량이 0.4mg으로 매우 적고 정제도 어려워 연구에 제한이 많았다.
연구팀은 세큐리네가 천연물 중에서 쉽고, 대량으로 추출할 수 있는 '알로세큐리닌'에서 유래한 '엔아민'과 시중에서 값싸게 구할 수 있는 누룩산 유래 물질인 '알데히드'를 활용해 수프라니딘 B를 합성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자연이 천연물을 합성하는 과정을 모방한 '생체모방 합성' 방법으로 엔아민과 알데히드가 높은 반응성을 보인다는 것을 발견했고, 여러 물질 중 '산성 알루미나'를 활용해 수프라니딘 B를 합성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수프라니딘 B를 세계 최초로 합성한 것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질로 고부가가치 화합물을 간단하게 만들어낸 '분자 연금술'로 평가받고 있다.
한 교수는 "고부가가치 국내 자생 약용식물을 합성화학적으로, 합성생물학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학문적 토대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강규민 석박사통합과정이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국제학술지인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eciey)'에 최근 게재됐다(논문명: Synthesis of Suffranidine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