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전 세계의 안전을 지킨다’ 인명구조에 헌신한 42년
[특별기획] ‘전 세계의 안전을 지킨다’ 인명구조에 헌신한 42년
  • 정지원 기자
  • 승인 2024.04.30 10:1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민훈장 석류장’ 수상한 이강우 911수색구조단 대표
대한민국 자원봉사 대상에서 '국민훈장 석류장'을 수상한 이강우 대표. (사진=이강우 제공)
대한민국 자원봉사 대상에서 '국민훈장 석류장'을 수상한 이강우 대표. (사진=이강우 제공)

(내외방송=정지원 기자) '전 세계의 안전을 지킨다' 이 한 가지 생각으로 40년이 넘는 시간을 인명구조에 바친 인물이 있다. 이강우 911수색구조단 대표. 42년간 국내외 14개국 재난현장에서 민간구조대 신분으로 인명구조 활동을 전개하고 재난예방 캠페인 및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의 성과는 국가의 지원을 받지 않고 오직 '인명구조'만을 생각하며 스스로 구조단을 만들고 국내는 물론 해외 재난 현장을 찾으며 구조단을 세계적인 단체로 만들어낸 그의 집념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그 집념은 지난해 12월 대한민국 자원봉사대상 시상식에서 '국민훈장 석류장'이라는 명예로 돌아왔다.

'사람들을 살려야한다'는 마음 하나로 구조단을 만들다

"1980년대 초반만 해도 가정에서 난방 및 취사로 사용했던 것이 연탄이었는데 방 벽의 갈라진 틈 사이로 연탄가스가 새어나오는 일이 잦았습니다. 그로 인해 많은 분들이 희생이 됐는데 연탄가스를 마신 사람들을 발견해도 즉시 조치할 수 있는 환자 전달책이 당시에 없었습니다. 야간통행금지가 있다보니 야간에는 사람들이 다닐 수 없었고 차량도 많지 않아 응급환자가 발생해도 병원을 갈 수가 없었죠. 그 연탄가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희생이 되거나 폐인이 됐습니다. 단란했던 가족이 몽땅 희생되는 걸 보면서 ‘우리가 해야할 일이 이것이구나, 이 사람들을 빨리 병원으로 후송해서 살려야겠다’는 생각으로 구조단을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구조단이 바로 대한민국 민간인 최초로 결성된 911수색구조단. 911은 세계적으로 ‘응급, 구급(Emergency)’의 뉘앙스로 알려진 숫자이기도 하다. 소방, 화재를 상징하는 '119'와 달리 응급 구조, 구급이 중심이기에 '911'을 이름으로 정한 것이다.

하지만 구조단을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후원도 지원도 없이 이 대표 한 사람의 힘으로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구조단을 위해 자신의 집을 팔고 구급차 5대를 샀다. 어찌보면 상당히 무모한 판단이었다.

소록도 구호활동. (사진=이강우 대표)
소록도 구호활동. (사진=이강우 대표)

"제가 구조대를 설립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질 무렵이었어요. 주일날 교회에 갔는데 목사님께서 '너도 가서 그와 같이 하라'는 설교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그 말에 제가 용기를 얻었고 아내를 설득해 가지고 있는 집을 정리하고 구급차 5대를 사서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온 것입니다".

"그 때는 나이도 어렸고, 또 제 나름대로 의협심이 강하다보니 '내가 해야겠다'는 고집이 컸어요. 후원을 받는다거나 하는 아이디어가 전혀 없었죠. 그냥 제 사비로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밀어붙이는, 어떻게 보면 돈키호테같은 마음으로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지금의 구조단으로 이어지게 된 원동력은 자원봉사의 힘이었다. 당시 이 대표가 운영 중이던 서울시 향토예비군 군악대와 의장대의 일원들이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면서 자원봉사를 했고 지역의 택시기사들이 쉬는 날 자원봉사를 했다. 이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응급환자 수송 체계가 없던 당시 약 30만 건의 응급환자를 무료 수송했다. 

"오일쇼크가 일어났을 때는 기름값이 부족해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어요. 게다가 기름도 모자라서 출동을 했는데 기름이 떨어져서 차가 멈춘 적도 있었고... 한번은 출동이 늦었다고 임산부한테 따귀를 맞은 적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정부로부터 돈을 받고 일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바로 출동이 안 되니까 화가 났던 거지요. 그리고 자살을 시도하려던 사람이 있었는데 저희들이 들것을 가지고 들어가니까 대뜸 옆에 있던 요강을 저한테 집어던진거에요. 그렇게 오줌 벼락도 맞아보고(웃음)... 힘들지만 재미있는 기억도 많습니다". 

스리랑카 구호활동. (사진=이강우 제공)
스리랑카 구호활동. (사진=이강우 제공)

쓰나미, 지진... 재해를 겪는 곳이라면 어디든 간다

911수색구조단의 활약은 국내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활발한 해외 구조 활동 역시 이 구조단의 장점이다. 2014년 12월 스리랑카에서 쓰나미가 일어나 몇 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자 구조단은 즉각 스리랑카로 달려가 구조 활동을 펼쳤다. 해외 구조의 시작이었다.

"당시 그 쓰나미로 몇 만명이 희생됐어요. 스리랑카 길거리를 가다보면 쓰나미에 밀려 돌아가신 분들이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발을 디딜 수 없을 정도로 상당히 많았어요. 정말 참담했습니다. 그분들을 수습하는 일을 했지요".

그런가하면 파키스탄 지진 당시에는 18명이 출국을 했는데 이들이 머물던 호텔에서 8명이 실종된 사건이 일어났다. 현장을 뚫고 뚫어 마침내 이들을 발견한 곳은 바로 지하 1층. 기계를 이용해 이들을 구조하고 가족들에게 인계하는 데 성공했다. '살려야한다' 그 하나의 집념이 만들어낸 생존의 순간들을 이 대표는 계속 기억하고 있다. 그렇게 구조단이 간 나라가 14국가에 이른다. 

이 노력은 마침내 지난해 대한민국 자원봉사 대상에서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는 명예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 대표는 막상 상을 받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즐겁지가 않았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국민 훈장을 준다는 통보를 받았을 때 제가 42년간 구조 활동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시기, 모함 등을 당한 게 머리에 스쳐 지나갔습니다. 한 열흘 동안은 그 생각을 하며 눈물도 흘렸고, 잠을 자다가도 악몽에 시달려 계속 깼습니다. 훈장을 받을 때도 기쁜 생각이 들기보다는 왜 그렇게 시기를 하고 모함을 해서 이렇게 오랜 시간을 시달려야했는지 그것이 안타까웠고... 무엇보다 정말 속상했던 건 제가 시기와 모함에 시달릴 때 아내가 암에 걸려서 10년을 투병하다가 저 세상으로 갔어요. 참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순간 이강우 대표는 울컥했다. 그리고 눈물을 흘렸다. 어쩌면 그가 넘어야했던 가장 큰 장애물은 경제적인 문제, 구조의 어려움 등도 있지만 주변의 시기와 모함, 그리고 이로 인한 부정적인 시선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무모하기까지 했던 계획을 이루는 과정에는 아내의 헌신도 있었다. 모든 이들의 도움과 헌신이 없으면 이루어지지 못했을, 그렇기에 더 값진 이강우 대표와 구조단의 오늘이다. 

코로나 방역. (사진=이강우 제공)
코로나 방역. (사진=이강우 제공)

"학생들에게 인명구조 지식 가르치고 전파할 것"

이강우 대표는 앞으로 학생들에게 인명구조 지식을 가르치고 이를 통해 ‘학생 구조대’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요즘 학원폭력을 비롯해서 학생들의 마약, 성추행 등이 너무 심각합니다. 학생 때부터 인명구조, 재난구조, 재난안전이 몸에 배도록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학생 구조대'를 생각했고 최근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았습니다. 전국에서 한 학교에 30~50명의 학생들에게 인명구조 훈련과 전문지식을 가르친다면 이 학생들이 얼마든지 인명구조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사회에 나가면 소방관으로 취직하거나 직장에 안전 담당으로 취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학생들에게 전문가 못지않은 인명구조 지식을 가르치고 전파할 것입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안전을 지키는, 인명을 구조하는 능력을 가지도록 만들겠다는 이강우 대표의 꿈. 40여년 전 홀로 '민간 구조단'을 만들겠다는 꿈은 이제 국민 모두가 스스로의 안전을 지키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구조단'이 되는 꿈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노력으로 대한민국이 가장 안전한 나라, 누구나 사람을 구할 수 있는 나라, 해외에서도 '구조에 가장 앞장서는 나라'로 인식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오늘의 이슈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법인 : (주)내외뉴스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04690
  • 인터넷신문등록일자 : 2017년 09월 04일
  • 발행일자 : 2017년 09월 04일
  • 제호 : 내외방송
  • 내외뉴스 주간신문 등록 : 서울, 다 08044
  • 등록일 : 2008년 08월 12일
  • 발행·편집인 : 최수환
  • 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로 13 (뉴스센터)
  • 대표전화 : 02-762-5114
  • 팩스 : 02-747-5344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유진
  • 내외방송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내외방송.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nwtn.co.kr
인신위 ND소프트